프랑스의 바다라고 하면 흔히 니스나 마르세유로 대표되는 에메랄드빛 지중해만을 떠올리지만 보르도 쪽의 푸르른 대서양도 정말 가볼 만한 곳. 많이 알려지지 않아 비교적 한적하기도 하다. 오늘은 보르도에서 약 1시간 떨어진,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곶과 만, 캅 페레Cap Ferret와 아르카숑 만Bassin d'Arcachon으로 가보자.
레드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에서 오른쪽 사진의 목적지인 아르카숑Arcachon까지 기차를 탄다. 다음 배를 타고 만의 입구를 가로질러 20분 정도 가면 캅 페레에 도착. 조용한 어촌마을인 이곳은 대서양의 신선한 바다와 반대쪽에 있는 만의 잔잔한 바다 모두를 즐길 수 있다.
선착장에 도착하여 배에 올랐다. 수평선 너머로 육지가 희미하게 보인다. 물 위로 흐르는 바람은 언제나 상쾌하다.
사진은 대서양 쪽의 바다. 다른 사람들에 치이지 않고 바다 그대로의 풍경과 여유를 아낌없이 누릴 수 있었다.
아르카숑 만 Bassin d'Arcachon
이쪽은 캅 페레 곶과 내륙이 감싼 아르카숑 만 Bassin d'Arcachon. 바다지만 육지에 둘러싸여 있어 호수와 같이 평온하다. 요트를 즐기기도 하고, 편안하게 물놀이를 하기도.
필라사구 La dune du Pilat
아르카숑에서 캅 페레로 가는 배를 타기 전에 가봐야 할 곳. 아르카숑 정거장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가면 자연적으로 조성된 모래언덕, 필라사구La dune du Pilat를 볼 수 있다.
필라사구는 유럽에서 가장 큰 모래 언덕으로, 대서양에서 부는 모래바람으로 만들어진다. 지형의 높아 패러 글라이딩 장소로도 유명하다.
특히, 한 쪽은 바다를, 그리고 다른 한 쪽은 숲을 마주보고 있는 이 언덕은 꼭 올라가봐야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발길을 돌려 어촌마을로 가보자. 높게 자란 소나무는 동해를 연상시키며 마을의 푸근한 분위기에서 왠지 삼시세끼의 느낌도 조금 나는 것 같다.
지역 예술가가 배를 개조해 만든 집. 자전거를 세워둔 걸로 봐서 직접 안에 살고 있는 모양이다.
바닷가에 한가로이 서있는 통통배들, 뺨 어귀를 간지럽히는 바닷바람과 바다 내음, 그리고 동네 강아지. 어촌은 어딜 가나 조용하고 정겹다.
여기는 특히 굴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밥에 잔뜩 넣어도 만 원 정도면 해결되는 반면에 프랑스에서 굴은 귀한 대접 받는 고급 식재료. 주로 레몬즙과 함께 날로 먹으며 보르도 소테른 화이트 와인과 곁들이면 입에서 느껴지는 상큼한 레몬즙과 짭짤한 바다맛, 그리고 달달한 와인의 맛이 입 안에서 터져나온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굴을 부르기 마련.
굴은 크기등급 0에서 6으로 나뉘는데 숫자가 작을 수록 큰 것이다. 하지만 크다고 해서 맛있는 건 아니다. 보통 2, 3을 먹는 것이 좋다.
사진은 전통 굴 양식장으로 가장자리에 나무 막대기를 박아두어 배의 접근을 막고 있다. 사진에 보이다시피 조석간만의 차가 커 물놀이 할 때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유람을 할 수 있는 피나스Pinasse라는 전통 나무배. 비교적 복잡한 도시와 달리 여기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 바쁜 일상에 머리가 복잡할 때는 여기, 캅 페레에 2-3일 정도 머물러 보는 건 어떨까?
캅 페레 & 아르카숑 가는 법
기차 : 보르도 St Jean역에서 TER열차를 이용, 약 11유로
자동차 : 보르도에서 blablacar등의 카풀어플 이용 가능, 약 5유로
글 홍순민
사진 Vincent Sac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