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피카소-파리 미술관은 마레 지구에 처음 오픈 한 1985년부터 지금까지 파블로 피카소의 멋진 컬렉션으로 모두를 매료시키고 있다. 5000여 점의 회화, 조각, 드로잉, 도예, 판화, 그리고 피카소에 관련된 수많은 책까지. 피카소-파리 미술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피카소 관련 작품과 자료가 매우 풍부하다.
미술관 건물은 17세기에 지어진 오텔 살레 Hôtel Salé로, 처음 완공 이후 여러 부르주아들이 호텔용으로 소유하다가 피카소-파리 미술관이 소유권을 넘겨받고 개관하게 되었다. 건물에 비친 17세기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미적 감각 하나만으로도 구경할 가치가 있을 정도다. 역사적인 건물의 중후한 양식과 스페인이 낳은 천재의 현대 예술작품은 파리 예술의 상징적인 구역인 마레 지구 한가운데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번에 소개드릴 칼더 - 피카소 'CALDER - PICASSO' 특별전은 2월 19일부터 개최되어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세기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 (1881 - 1973)과 미국 키네틱아트의 선구자 알렉산더 칼더 (1898 - 1976)의 만남이 특별전의 주제.
파블로 피카소는 20세기 미술사 전체를 뒤흔든 아티스트로, 초기 청색 시대와 장밋빛 시대를 거쳐 큐비즘, 추상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리고 알렉산더 칼더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조각가로, 땅에 단단히 붙어 있는 조각의 개념에서 벗어나 작품을 천장에 걸기도 하고, 모빌 형식으로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칼더는 이렇게 공간에만 국한되어 있던 조각을 움직이게 하며 시간의 개념도 부여한 아티스트이다.
실제로 이 두 혁신은 1931년 칼더의 개인전을 통해 서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양쪽 모두 공간을 탐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말이 잘 통했을 것이다. 하지만 둘의 작품을 보면 공간이라는 같은 주제를 서로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이 차이를 구경해 보는 것이 이 특별전의 핵심.
전시는 미술관의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미술관의 상징적인 장소인 계단이 있는 홀에도 칼더의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 단어로만 보면 갈피를 잡기 힘든 공간, 공허, 무한과 같은 추상적 개념들을 두 거장의 눈에 비춰 엿볼 수 있다. 또한 넓은 미술관을 아낌없이 사용해 작품의 섬세한 울림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전시는 두 예술가의 예술의 철학의 발전에 따라 순서대로 준비되어 있고, 설명은 프랑스어와 영어로 표기되어 있다.
첫 번째 전시실에는 칼더의 대표작 Mobile이 우리를 맞이한다. 1931년 칼더는 새로운 예술, 모터로 작동하는 '움직이는 조각'을 완성시켰는데, 여기에 마르셀 뒤샹이 모빌 Mobile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실제 전시에서도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섬세히 움직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칼더는 조각가 집안에서 태어나 철가공에도 친숙하다. 고전적인 신화 주제를 20세기의 철사를 이용해 형태를 단순화시킨 조각품.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작품에서 헤라클레스가 사자를 잡는 형태가 보이며, 작품 전체가 실로 천장에 매달려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3차원 입체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작품 앞을 지나면서 보면 순간마다 보이는 표정도 다르다.
고전적인 회화 소재인 누운 누드상. 이 작품은 여러 가지 형태로 여성스러운 곡선을 추상적으로 그려내었다.
프랑수아즈 질로와 카를톤 레이크는 저서 "1990년 피카소와의 삶"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세잔의 사과를 봤을 때, 거기에 그려져있는 것은 사과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그저 둥근 모양에 무게를 잘 입힌 사과의 완벽한 형태일 뿐이다. 이것이 형태 안에 공간의 개념이 탄생한 순간이다."
반면 피카소는 사물의 형태를 벗어나 무게감만으로 공간을 표현하고 있는데, 네모진 캔버스 위에 무게감 있어 보이는 몇 개의 둥근 물체를 그려 넣고 나머지는 가볍게 처리해 공간의 공백과 채움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 내전 당시 피카소는 흑백의 색채와 거친 스타일로 어두운 시대를 작품으로 비추었다. 이 작품은 같은 소를 각기 다른 스타일로 그렸는데, 고전적인 스타일에서 단순화된 모습까지 보인다. 특히 사진 오른쪽 소의 모습은 대표작 '게르니카'에 나오는 소를 연상시킨다.
피카소가 평생 동안 많은 다른 형태로 그린 소재인 앉은 여성상으로, 몇 가지 선을 이용해 형태를 단순화했다.
칼더는 조각뿐만 아니라 공공 미술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이차원적인 재료를 삼차원으로 조립하여 입체적인 공간감을 만들어냈다. 또한 재료의 질감과 원색을 활용해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피카소 - 파리 미술관에는 오디오 가이드도 준비되어 있다. 단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아 영어를 추천한다. 미술관은 파리지앵과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아 매표소가 붐빌 수 있기 때문에 티켓은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오봉파리 쿠폰을 이메일로 받아 매표소에 제시하면 2유로 할인받을 수 있고, 이메일에 표기된 할인코드를 사용하면 인터넷 구매 역시 2유로 할인이 가능하다. 인터넷 구매 방법은 홈페이지로 들어가 promotional code에 할인코드를 입력하면 된다.
글 : 홍순민
사진 : 이유나
주소 : 5 Rue de Thorigny, 75003 Paris
교통 : 메트로 1호선 Saint-Paul Station, 8호선 Saint Sébastien Froissart
전시 기간 : 2019년 2월 19일 - 2019년 8월 25일, 월요일 휴무 10:30-18:00 (주말, 공휴일 9:30부터)
입장료 : 일반 11유로 / 오봉파리 쿠폰할인 9유로 / 매월 첫 째주 일요일 무료 (가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