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크리스마스 문화

프랑스식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방법

프랑스 크리스마스

프랑스의 가장 큰 연말 행사인 크리스마스. 10월 중순부터 1월까지 거리 곳곳이 축제 분위기로 가득하다. 그만큼 프랑스 문화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는 중요한 날이라는 뜻. 그래서 오늘은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전통에서부터 한국에서도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소소한 것까지, 프랑스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보내는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이번 겨울에 프랑스에 있든 없든 간에, 프랑스식으로 올해를 마무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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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 -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전통적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행사인 만큼,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은 겨울 바캉스인 셈. 그래서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2주간의 겨울방학을, 직장인들은 1주일 정도 고향/ 부모님 댁 방문 휴가를 쓴다.

 

재림절 달력

프랑스 재림절 달력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카운트다운할 때 쓰는 재림절 달력. 연말에 12월 25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새해가 온다는 기대감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원섭섭함이 섞인 미묘한 기분을 즐기기에 완벽한 달력이랄까, 디데이 전까지 하루에 한 번씩 달력 안 작은 선물을 확인하는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에서 이 달력은 10월 중순부터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크리스마스 시즌의 시작 알리미 역할을 한다고. 트리, 집 모양 등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며 더불어 내부에는 초콜릿, 사탕, 화장품, 치즈, 와인, 푸아그라 등 여러 가지 선물을 넣을 수 있다. 

그래서 피에르 에르메, 르노트르, 고다르 등 여러 디저트 브랜드들은 시즌마다 새로운 달력을 선보여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 연말 파티를 준비한다면, 그리고 특히 디저트를 좋아한다면 꼭 필요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 중 하나!

 

크리스마스 트리

프랑스 크리스마스 트리

겨울 인테리어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크리스마스 트리. 프랑스에서는 트리가 생필품으로 분류될 만큼 중요하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 하나, 한국에선 보통 인조 트리를 사지만 프랑스에서는 생나무 트리를 사는 편. 그래서 꽃집, 시장, 슈퍼마켓 등 여러 상점은 11월 말부터 다양한 크기의 진짜 전나무로 가득 찬다. 참고로 천연 나무를 쓰는 이유는 전나무가 겨울에도 항상 푸르고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거리에 진열된 트리의 싱그러운 초록 향기를 맡다 보면 어느새 성탄절 분위기에 흠뻑 취한다.

프랑스에서는 전통 그대로 클래식하고 귀여운 데코를 선호하여,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장인이 직접 만든 소품을 애용한다. 천사, 종, 별, 지팡이 등 시대가 변해도 끊임없이 사랑받는 장식이 주를 이루는 편.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 건강, 평화를 소망하며 다같이 트리를 장식해보자. 연말은 사람이 많을수록 좋으니까. 참고로 트리 외에도, 집 안 또는 테이블 위에 빨간 열매로 트리를 장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별로 인기는 없는 편이다.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수록 좋으니 당연할지도.

 

상통인형

상통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예수의 탄생 장면 ‘크레슈 Crèche’ 를 묘사하는 ‘상통 Santon’ 인형을 교회에 전시한다. 프랑스 가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미니어처 버전으로 작게 장식해 놓는 편. 사실 이 전통은 18세기 말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서 시작되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프랑스 전역으로 퍼진 것이라고. 실제로 예수의 탄생 배경은 팔레스타인이지만 프랑스 상통은 알록달록한 프로방스 전통 의상을 입는다. 

여기서 귀여움 하나 더! 크레슈에는 24일 자정 아기 예수를 상징하는 상통을 추가한다. 그리고 1월 6일 주현절 에피파니 Épiphanie 에는 동방박사 3인방의 조각상을 더 놓는다 (주현절은 예수 탄생일에 별을 따라 베들레헴에 온 동방박사의 방문을 기념하는 날). 날이 갈수록 아기자기한 인물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니 하나씩 모아보는 건 어떨까? 참고로 크레슈는 보통 1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편이다. 상통을 더 알고 싶다면 여기 클릭.

 

크리스마스 마켓

프랑스 크리스마스 마켓

프랑스의 겨울에 빠질 수 없는 크리스마스 마켓 (막쉐 드 노엘 Marché de Noël). 아기자기한 수공예 제품, 지역 특산물과 더불어 매운맛 뱅쇼, 핫 초콜릿, 라클렛, 츄러스 등 먹을거리가 풍부해 눈과 입에서 축제 열리는 일은 시간문제. 현지인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스팟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스트라스부르에 있는데, 1570년부터 시작해 가장 오래된 곳이기도 해서 ‘크리스마스의 수도'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규모도 커 300여개의 가게가 들어서 있다고. 겨울 프랑스 여행을 계획한다면 스트라스부르 마켓을 1순위로 적어놓자. 죽기 전엔 꼭 와봐야 하는 곳이다. 

파리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기기에 좋은 곳으로는 튈르리 정원이나 라데팡스를 추천. 가족과 함께 신나는 축제 분위기를 느끼며 서로를 위한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아보자.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

프랑스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

쌀쌀하고 어두운 겨울 저녁에 더욱더 환하게 빛나는 크리스마스 거리장식. 형형색색의 조명과 백화점의 애니메이션 쇼윈도가 축제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11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 장식되는 편. 

파리에서 꼭 봐야하는 크리스마스 장식은 바로 갤러리 라파예트의 대형 트리! 파리에서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트리로 뽑힐 만큼, 크리스마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매년 바뀌는 컨셉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니 꼭 가보도록 하자. 

그리고 조명 장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샹젤리제 거리. 여행이 어려워 직접 보기 힘든 2020년 겨울을 위해 이번엔 특별히 온라인 라이트 쇼를 연다. 11월 22일부터 시작해 프랑스 시간으로 오후 5시부터 오전 2시까지 조명을 공개한다고. 여기서 거리 장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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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4일 - 25일 크리스마스 디데이

10월부터 전국 곳곳에서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지만 12월 24일 저녁부터 180도 달라지는 프랑스. 많은 가게가 평소보다 문을 일찍 닫고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며 다음날인 크리스마스에는 온 나라가 마법에 걸린 듯 고요해진다. 과연 이틀 동안 무엇을 할까?

 

크리스마스 선물

프랑스 크리스마스

영화 속에서 자주 보이는 산더미처럼 쌓인 크리스마스 선물. 프랑스에선 다소 흔한 광경이자 프랑스 크리스마스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데, 나이 불문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선물을 준비해 트리 아래에 놓는 오손도손한 가족 행사인 셈이다.
시작은 트리 아래에 모든 가족 구성원의 슬리퍼나 신발을 놓는 것. 24일 밤에 아이들이 잠이 들면 어른들은 선물 주인의 신발 옆에 선물을 두고 간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모두가 각자의 선물 개봉 시간을 가지며 특별한 하루를 맞이한다. 한국에서는 다소 어색한 문화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연말에는 가족에게 감사와 사랑의 표시로 선물을 교환해보는 건 어떨까? 가장 마음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다.

 

특별한 식사

프랑스 크리스마스

시간이 흐르면서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은 점차 가지각색이지만, 가장 전통적인 방식은 바로 2가지 방법으로 특별한 저녁 식사를 즐기는 것이다. 먼저, 24일 저녁 식사 레베이옹 Réveillon은 고기가 없는 간소한 저녁인데, 일반적으로 채식 위주의 음식이나 굴, 대하, 바닷가재 등 해산물이 대표적인 메뉴. 특히 프로방스에서는 행운을 빈다는 의미로 퐁프 아 윌 (Pompe à huile)이라는 오렌지 파이를 비롯해 누가, 설탕에 절인 과일 등 12명의 사도와 예수를 상징하는 13개의 디저트를 먹기도 한다.  

그리고 기다리던 25일 저녁은 풀코스 만찬. 중요한 연말 행사답게 긴 아페리티프부터 시작해 푸아그라로 슬슬 시동을 건 후 화려한 메인 요리로 화려한 저녁 식사를 즐긴다. 마지막으로는 프랑스 식사의 피날레인 디저트! 바로 아래에서 프랑스 크리스마스의 특별 디저트를 소개한다.

 

부쉬 드 노엘

부쉬 드 노엘

프랑스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디저트 부쉬 드 노엘 Bûche de Noël. 모양을 보면 알 수 있듯, 프랑스어로 통나무를 뜻하는 부쉬 Bûche와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노엘 Noël이 합쳐져 이름 붙여진 음식이다. 기본적으로는 크림을 바른 롤케이크지만 제과점마다 디자인과 재료가 다른 재밌는 음식으로, 역사 또한 크리스마스 트리나 크레슈 (위에서 설명한 예수 탄생 조각상) 보다 훨씬 길다고.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것으로 추정되는데, 왜냐하면 유럽 일부 프랑스어권 국가에서는 12월 24일부터 1월 1일까지 집을 따뜻하게 하는 용도로 커다란 과일 통나무를 벽난로에 태우던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스나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형태와 재료로 만들어지는 부쉬 드 노엘.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지만 한입 먹으면 또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 크리스마스에 먹어야 더 맛있으니 이번 겨울에는 꼭 먹도록!

 

교회 미사와 콘서트

크리스마스 미사

프랑스 크리스마스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바로 교회. 12월 24일 밤에는 특별 미사와 콘서트가 열려 홈파티, 거리 장식과는 또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자정 미사의 분위기는 엄숙하고 경건한 편으로, 한 해를 되돌아보는 인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여기서 파리 교회들의 스케줄을 검색해 방문해보자. 참고로 미사에 갈 예정이라면, 따뜻하게 챙겨입도록 하자. 실내 온도가 낮고 1~2시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기 쉬우니까.  

더불어, 몇몇 교회에서는 성탄절 연극이 생방송으로도 진행된다고도 하니 관심 있다면 보자. 유튜브에 "크레슈 비방 Crèche vivant"을 검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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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부터 새해 1월 6일까지

설렘과 기대로 가득한 한 해 마지막 날과 새해. 거리에는 아직 크리스마스 조명이 빛나고,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는 듯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소 잠잠해진 거리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다가오는 새해에 들뜨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프랑스에서 새해맞이를 건너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그래서 크리스마스 때처럼, 프랑스 가게들은 일반적으로 12월 31일 이른 시간부터 1월 1일까지 문을 닫는다. 이들은 어떻게 새해를 기념할까?


새해 전날 홈파티

프랑스 새해

'레베이옹 뒤 누벨 앙 réveillon du Nouvel An' 또는 '레베이옹 드 라 상 실베스트르 réveillon de la Saint Sylvestre'라고 불리는 새해 전야. 따로 이름 붙여질 만큼 프랑스에서 중요한 날인데, 며칠 전인 크리스마스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크리스마스가 가족들과 보내는 잔잔한 행사라면, 이날은 친구들과의 즐겁고 신나는 홈파티인 편. 식사 후 저녁에는 샴페인을 마시며 밤새도록 춤을 추고 자정엔 가족과 친구들에게 '본 아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onne année)' 라고 인사말을 주고받는다. 

프랑스 새해맞이 문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실 하나. 바로 겨우살이를 샹들리에에 붙인 후, 자정 무렵에 겨우살이 밑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입맞춤하는 것이다. 사실 켈트족의 오래된 전통인데, 겨우살이는 영원의 상징으로 병을 고치고 다산과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연말을 연인과 보내는 사람들에겐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경험일테니 한번쯤은 시도해 보자. 

 

샹젤리제 거리에서의 새해 카운트다운

프랑스 새해 카운트다운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개선문 카운트다운 이벤트. 이날 샹젤리제 거리는 보행자 전용 거리로 지정되며 자정 40분 전부터 아름다운 조명 쇼로 분위기를 돋운다. 참고로 잘 보이거나 사진찍기 좋은 명당을 찾고 싶다면 적어도 5시간 전에는 도착하는 것이 좋고, 많은 인파가 몰리는 만큼 이동이 복잡한 편. 그렇기 때문에 특히 소매치기를 주의할 것!


1월 6일 주현절

갈레트 데 루아

프랑스에서 1월 6일은 파이 먹는 날. 이날은 '갈레트 데 루아 Galette des rois'라고 불리는 아몬드 향 파이를 가족끼리 나눠 먹는다. 맛있기도 하지만 친구나 가족끼리 파이를 먹으며 놀이를 한다는 의미가 더 커 오늘날까지 꾸준히 내려오는 전통인 편. 파이를 나눈 후, 속 ‘페브 Fève’라고 불리는 작은 도자기 인형을 찾은 사람이 왕관을 쓰고 그날 하루 동안 왕/왕비가 되는 놀이이다. 

그런데 참고로 이 전통의 기원은 로마 시대. 로마인들은 농신제에서 누에콩을 뽑으면 왕이 되는 풍습이 있었다고. 그 문화는 오늘날까지 전해져서 매년 프랑스 제과점은 다양한 디자인과 맛의 갈레트 데 루아를 출시한다.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하니, 내년 1월에는 여럿이 모여 갈레트 데 루아를 먹어보는 건 어떨까? 종교 상관없이 재미로 말이다.

 

O'bon Paris' tip

프랑스 크리스마스

비록 올해에는 프랑스 여행을 할 수 없겠지만 이런 전통 행사들로 하여금 한국에서도 프랑스식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2020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기다리며, Joyeux Noël et Bonne Année!

 

 


글 - 이아라

사진 - 오봉파리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