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한 계절이면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이 더 많아진다. 이는 프랑스도 마찬가지. 프랑스에서 결혼식에 초대되어 간다면, 게다가 프랑스 결혼식이 처음이라면 적잖이 놀랄만한 부분이 꽤 많다. 우리나라의 결혼식 문화와 다른 부분이 굉장히 많기 때문. 1-2시간 내로 끝나는 우리나라의 결혼식과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1박 2일 결혼식이 진행되는데, 1박 2일 동안 결혼식을 진행하는 이유와 우리나라와 다른 대표적인 프랑스 결혼 문화 12가지를 살펴보자.
프랑스에서는 결혼식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결혼식장의 개념이 따로 없고, 피로연장을 따로 예약해 음식도 인원수대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
결혼식 초대장을 받으면 보통 결혼식 시간과 피로연 관련 내용이 따로 적혀 있다. 결혼식 참석 여부는 꼭 알리지 않아도 되지만, 인원수를 파악해 미리 음식을 준비해놓기 위해 피로연 참석 여부는 신랑 신부 측에 미리 알려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식을 준비하며 예비 신랑과 신부가 함께 드레스샵을 방문해 드레스를 고른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결혼식 당일까지 신랑은 신부가 드레스 입은 모습을 볼 수 없다. 보통 예비 신부는 엄마와 함께 드레스샵에 방문해 함께 드레스를 고르고, 결혼식 날까지 신랑에게 드레스를 공개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결혼 전 동거를 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지만, 결혼식 전날에는 각자 집에서 따로 자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결혼식 당일, 각자 집에서 일어나 결혼식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마주한다.
그래서 프랑스 결혼식 당일 사진을 보면, 신랑이 신부의 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거나 심지어 눈물을 흘리는 사진을 간혹 보게 된다. 결혼식 날 처음으로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신부를 보는 것은 또 다른 기분일 것.
결혼식 몇 달 전, 웨딩 스튜디오 방문해 웨딩 사진을 촬영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결혼식 당일 식전에 웨딩 사진을 촬영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스튜디오보다는 야외 촬영이 더 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식 전후로 따로 시청 또는 구청에 방문해 혼인신고를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절차상 시청 결혼식이 필수. 프랑스에서 부부가 되려면 결혼식을 올리기 몇 달 전부터 미리 시청을 방문해 서류를 접수하고, 결혼이 가능한 날짜를 받아 예약을 해야 한다. 시청에서 하는 결혼식은 20-30분 정도로 짧은 편. 하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신랑과 신부의 지인이 혼인 증서에 서명을 하고, 시장님 또한 서류에 서명을 하고 시장님이 결혼을 선포하면 법적으로 부부가 된다.
결혼이 선포되면 프랑스에서는 결혼 증명서에 해당하는 가족 수첩을 받게 된다. 가족 수첩은 프랑스 행정에서 매우 중요한 서류 중 하나로, 아기가 생길 때마다 가족 수첩에 아기에 대한 정보도 추가로 기재된다.
시청 결혼식이 끝나면 바로 피로연장으로 이동하거나 종교에 따라 성당 결혼식을 2차로 올리기도 한다. 성당 결혼식을 올리려면 이 또한 몇 개월 전부터 미리 신부님을 만나 면담을 진행해야 한다.
결혼식을 마치고 나오는 신랑 신부에게 쌀을 던지는 문화가 있었지만, 눈에 들어가거나 바닥에 떨어진 쌀을 밟으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이제는 금지되어, 라벤더 씨를 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혼인 신고 시 증인의 서명이 필요하지만, 같이 방문하지는 않아도 된다. 프랑스에서는 시청 결혼식을 올릴 때 신랑과 신부의 증인이 한 명씩 꼭 함께 참석해 서류에 직접 서명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결혼식에서는 신랑의 아버지는 미리 착석해 계시고, 가장 먼저 신랑 신부의 어머니, 그리고 신랑, 뒤를 이어 신부와 신부의 아버지가 함께 입장한다.
프랑스에서는 가장 먼저 신랑과 신랑의 어머니가 함께 입장하고 그 뒤를 이어 신랑의 아버지와 신부의 어머니가 들어오고 마지막으로 신부와 신부의 아버지가 함께 입장한다.
신랑은 턱시도와 부토니아, 신부는 순백의 드레스와 부케를 준비한다. 하객 또한 결혼식에서는 차려입어야 하는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하객이 흰색 원피스를 입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한다.
프랑스 하객들은 화려하기보다는 클래식하고 깔끔하게 차려입는 편. 여자들은 올 블랙과 올 화이트를 제외한 원피스 종류를 입는 편이고, 남자들은 슈트를 갖춰 입는다. 실내에서는 모자를 쓰지 않는 것이 예의. 결혼식과 피로연 중간에 시간이 비는 경우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다음 날 이어지는 브런치에서는 편안한 복장을 입으면 된다.
보통 축의금을 내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프랑스에서는 선물을 주는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축의금보다는 마음을 담은 선물이 더 의미 있고 성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보통 신랑 신부가 필요한 것 리스트를 작성해놓으면 그중 하객들이 골라서 선물을 준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도 최근에는 축의금을 선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결혼 전 미리 동거를 하는 경우가 많아 필요한 살림살이가 모두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 우리나라와 살짝 다른 점이 있다면, 축의금이라는 이름보다는 ‘신혼여행 경비’라는 이름으로 축의금을 받는다.
프랑스 결혼식에서는 슈크림이 층층이 쌓인 슈크림 타워 케이크를 볼 수 있다. 보통 1인당 3-4개의 슈크림을 먹게 되는 것으로 계산해 준비하기 때문에 하객이 많을수록 더 큰 슈크림 타워를 볼 수 있을 것.
여러 단의 케이크를 피로연장의 중앙에 두는 미국 문화와는 달리 프랑스는 애피타이저, 본식 이후 디저트 타임에 케이크에 촛불을 붙여 축하를 한 뒤 케이크를 잘라 서빙한다. 꼭 슈크림 케이크만 먹는 것은 아니고, 사진에서처럼 보통의 케이크를 여러 개 쌓아두고 축하를 하기도 한다.
프랑스 결혼식에 참석하면 피로연장 테이블에 각 자리마다 놓여있는 답례품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 속에 보이는 것이 바로 답례품으로, 프랑스어로 Dragées Mariage라고 한다. 조약돌처럼 생겼지만 사실 코팅된 아몬드 또는 초콜릿.
코팅된 아몬드는 불멸을 상징해 중세 시대부터 세례 시 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아몬드 5개는 신랑 신부의 행복, 번영, 풍족, 나눔, 그리고 환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해진다. 첨삭한 하객들을 위한 신랑 신부의 감사의 마음과, 결혼식을 마친 후 집에 돌아가 아몬드를 먹으며 결혼식을 다시 한 번 떠올리고 축하해주는 의미도 담겨있다.
시청 결혼식과 성당 결혼식을 마치면 피로연장으로 이동한다. 결혼식장에서 이동하지 않고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에서는 결혼식 날 내내 시청-성당-피로연장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피로연장은 보통 호텔 또는 레스토랑. 피로연장에서 식사를 즐기는 동안 한쪽에서는 신랑, 신부의 어릴 적 사진들이 계속해서 상영된다.
시청 결혼식이 오후에 시작된다고 했을 때, 보통 피로연장으로 이동하면 6시쯤이 되는데, 프랑스 사람들은 저녁 식사를 8시쯤 시작한다. 피로연장에 도착하면 먼저 식전 음식과 식전 주로 시작을 한다.
시간이 조금 흘러 테이블에 앉으면 저녁 식사가 시작된다. 보통 신랑 신부가 미리 자리를 배정해놓으니 자신의 이름이 놓인 곳에 앉으면 된다. 테이블에는 메뉴가 적혀있는 종이가 놓여있다. 애피타이저, 본식, 치즈, 디저트 순으로 서빙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각 메뉴에 알맞은 와인과 샴페인도 함께 준비된다.
음식이 한 번에 서빙되지 않고 코스대로 하나씩 나오며, 식사 중간 중간 게임이나 이벤트가 이루어지기도 해 식사를 마치고 나면 자정이 훌쩍 넘기도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댄스파티가 시작된다. 신부와 신부의 아버지, 그리고 신랑과 신랑의 어머니를 시작으로 해서 하나 둘 나와 왈츠를 추기 시작한다. 왈츠가 끝나면 단체로 춤을 추기도 하고, 막춤을 추기도 하며 파티를 즐기는 모습. 어린아이들도 이날만큼은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춤을 추며 즐기는 모습 또한 인상적.
이처럼 새벽 5시까지 이어지는 피로연이 전혀 놀랍지 않은 곳이 프랑스다. 다음 날 브런치까지 먹으면 그제서야 1박 2일 결혼식이 끝이 난다. 프랑스에서 결혼을 하거나 결혼식에 참석하려면 엄청난 체력을 준비해야 할 것.
글, 사진 : 이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