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Galcante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INTRO

파리는 현재와 과거가 잘 어우러진 도시다. 1800년대 문을 연 카페가 즐비하고, 백 년 된 건물은 우스울 정도. 특히 파리는 찬란한 근현대역사를 자랑하는데, 세계 최고의 지성들이 지직거리는 노란 전등 아래 입씨름하던, 365일이 축제였던 파리의 분위기를 여러분께 그대로 전해드리고자 한다.

 

La Galcante

주소 : 52 rue de l'Arbre Sec, 75001 Paris

교통 : 메트로 1호선 Louvre-Rivoli 역

오픈시간 : 월 - 토요일 10:00 - 19:00 (일요일 휴무)

 

무심코 지나칠만한 통로로 들어가 별로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가게 문을 들어서면 여행이 시작된다. 여행장소는 언론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헌책방.

 

입구에서 문을 열자마자 기분좋은 헌 책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천장까지 올라간 책장에는 신문이 빽빽히 정리되어 있었고 아래에는 색바랜 잡지와 엽서가 켜켜이 쌓여있었다.

 

누군가가 간직하고 싶어했을 사진 속 어떤 여인의 모습, 어떤 청년의 방이나 사물함에 붙어있었을 매력적인 핀업걸 그림, 그리고 1914년 7월 31일 어린 배달원이 길거리에서 쏠쏠하게 팔았을 장 조레스의 암살소식. 노랗게 바랜 세월의 흔적 뒤에는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프랑스 최초 일간지 Journal de Paris의 1786년 8월 14일 월요일 소식. 워낙 오래되어 맞춤법 조차 다르다. 첫 표지에는 당일 날씨를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눠 알려주고 있는데, 일출 일몰시간은 물론 기온, 풍량, 기압, 세느강의 수위, 그리고 가로등의 점등 소등시간까지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왼편에는 쥘 베른, 보들레르, 코난 도일, 알렉상드르 뒤마, 심농, 에밀 졸라 등 화려한 프랑스 문인들의 흔적이 정리되어 있다.

가운데에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의 광고지가 걸려있다. 일본산 구리와 대리석, 귀금속, 전구 등 당시 값비싼 물품만 취급했다. 특히 깃털과 꽃 광고가 눈길을 끄는데, 20세기 초에 유행했던 화려한 모자를 장식하기 위함이었던 듯 하다.

 

같은 시대의 패션잡지를 보면 모자를 깃털과 꽃으로 멋스럽게 꾸민 것을 볼 수 있다.

 

지금 세대, 부모님 세대, 그리고 지금 남아있지 않은 이의 뇌리 속 아련한 물품들이 한 군데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매년 발간되고 있는 미슐랭 가이드.

 

 

다른 한 쪽에는 국가, 인물, 스포츠 등으로 정리된 신문기사와 오래된 책이 있다. 가끔 다큐멘터리 채널이나 신문사에서 빌려간다고 한다. 오른쪽을 보면 마이클 잭슨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는데, 2009년 사망 기사도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안쪽 문을 열고 지하로 내려가면 또 다른 보물들이 숨어있다.

 

여러 잡지와 일러스트가 연대별로, 주제별로 차곡차곡 줄서서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구입가격은 신문기준 한 부당 25유로 내외이며 역사적인 사건이 기록되어 있을 경우 가격은 천정부지로 뛴다고 한다. 빛바랜 신문은 멋진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활용이 가능해 선물용으로 가끔 팔린다고 한다.

 

O'BON PARIS' NOTE

오봉파리가 헌책방을 찾게 된건 PARIS FACE CACHÉE덕분. PARIS FACE CACHÉE는 매년 1월 말이나 2월 초에는 파리의 여러 금지된 구역이 문을 열고, 꼭꼭 숨은 장소들은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다. 예약시간 전에는 프로그램 내용도 비밀로 부쳐지며 장소는 티켓에만 표시된다. 게다가 정해진 시간에 인터넷으로만 예약 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좋은 시기에 파리에 있는 분들은 도전해보시길.

웹사이트 : https://parisfacecachee.fr/

 


글 : 홍순민

사진 : LE GN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