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긴 테주 강이 내려다보이는 7개의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리스본. 판타지 소설 속 건국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이곳은 아름다운 건축, 맛있는 음식, 드넓은 해변, 화려한 밤 축제로 가득하다.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너무 많아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리스본. 빠듯한 여행 일정에도 후회 없이 100% 즐길 수 있는 팁을 공개한다. 교통수단, 추천 스팟 & 음식, 전망 맛집까지 모두 빠르게 알아보자.
취향에 따라 달라 한 곳에 얼마나 머물러야 하는지 결정하기는 늘 어려운 여행. 사실 리스본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은 인생을 바쳐도 부족하다고 하겠지만, 한정된 시간과 예산으로 둘러볼 수밖에 없는 우리에겐 2~3일이면 충분하다. 이틀 정도면 리스본을 구경할 수 있고, 하루만 더 투자하면 근교 해안 도시인 신트라 Sintra 나 카스카이스 Cascais 까지 갈 수 있으니까 (카스카이스 19067호선 카이스 두 소드레 역 Cais do Sodré 역에서 기차로 40분 소요). 참고로 이동하는 데에 시간 낭비를 줄이는 게 좋으니 될 수 있으면 바이샤, 알파마, 무라리아 같은 중심지구에 머물도록 하자.
도심은 그리 크지 않아 가볼 만한 곳은 대부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하지만 언덕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오래 걷다 보면 금방 피곤해지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편리하고 저렴할 뿐만 아니라,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서 현지 문화도 체험하는 좋은 기회이니 말이다.
지하철 노선은 많지 않아 나름 간단한 편. 특히 공항에서 중심지까지 가기에 편리하다. 오래된 교통수단인 트램과 푸니쿨라는 그다지 빠르진 않지만,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니 한 번쯤은 타보길 추천.
이 외에도 버스 노선이 많아 시내 대부분의 장소에 갈 수 있고, 5개 노선으로 구성된 통근 열차 시스템으로 더 멀리 여행할 수도 있다. 그래서 주변 해변으로 가기도 쉽다는 사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환불되지 않는 비바 비아그 Viva Viague 카드 (0.5유로)를 구입해야 한다. 어느 지하철역에서나 매표기만 있다면 살 수 있다.
만약 리스본에서의 2~3일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지, 어디에 갈 것인지를 생각하며 최고의 여행 장소를 선정했다.
구불구불 좁은 길과 작은 광장으로 이루어진 알파마 지구는 리스본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곳이다. 알파마의 신비스러운 고대 분위기를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오래된 집들 사이사이 자갈이 깔린 거리를 거닐어 보는 것. 이곳에서는 특히 세월의 흔적과 함께 리스본 역사의 장대함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이끈다. 여기서 재밌는 포르투갈 문화 하나. 포르투갈어에는 한국어의 ‘한’과 비슷한 뉘앙스의 ‘사우다드 Saudade’라는 단어가 있다는 사실. 사랑하는 사람/것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리움의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알파마는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있어 한마디로 Saudade인 셈.
조금 힘들지만 오를 만한 가치가 있는 상 조르제 성. 낭만적인 정원이 있는 고성일 뿐만 아니라 360여 개의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황홀한 뷰를 자랑하는 최고의 전망 스팟이다. 이 성이 지어진 언덕에 사람들이 살게 된 시기는 적어도 기원전 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되었다고. 그리고 성은 그로부터 4세기 이후부터 이곳에 자리 잡았다. 상 조르제 성은 9시부터 21시까지 개방되며, 입장료는 10유로.
성 근처에는 공작들이 길거리 곳곳을 배회한다. 사시사철 인파가 몰리는 관광지인 탓에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는 편.
마지막으로 알파마에서 바이샤로 가는 길에 꼭 들러야 할 곳은 리스본 성당. 1147년에 지어져 엄청난 역사를 자랑할뿐더러 13세기 고딕 양식이 돋보이는 대표 건축물이다.
포르투갈의 독특한 도자기 타일 양식인 아줄레주 Azulejos. 리스본의 도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예술 작품으로, 교회, 관공서, 건물, 일반 가옥의 내 & 외부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사실 미학적 역할 뿐만 아니라 건물의 화재로 인한 소실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보호 역할도 해 널리 쓰인다고.
아줄레주 박물관은 본래 1509년에 설립되었던 수녀원 건물이었다. 15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이 박물관만의 대규모 아줄레주 컬렉션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포르투갈 문화에서 아줄레주의 역사적 & 문화적 의미를 이해하기 안성맞춤. 입장료는 5유로로 매우 저렴한 편.
리스본의 심장부 바이샤. 1755년 지진으로 도시가 폐허되자 바둑판무늬로 도시의 모양을 계획한 폼발 Pombal 후작이 이곳의 재건을 담당했다. 과거의 모습은 아쉽게도 볼 수 없지만, 이로인해 바이샤가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꾸며져 웅장한 광장과 여러 거리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래서 오늘날 이곳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활기찬 분위기가 가득하다. 바이샤 거리 곳곳을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여기서 꼭 가봐야 하는 추천 스팟은 코메르시오 광장. 시원하게 탁 트여 웅장한 뷰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도시로 통하는 관문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역사적 가치 또한 지니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리스본은 지진 이후 재건된 모습만 간직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카르모 수녀원에서는 지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어느 정도 수리 공사는 있었지만 건물 윗부분은 뻥 뚫려있어 폐허 그대로 잔존한 셈. 오늘날은 수녀원과 안쪽의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 입장료는 5유로.
리스본의 서쪽에 있는 벨렘 지구. 조선소와 부두가 있었던 곳으로, 인도와 아메리카 대륙 탐험의 시발점이 된 곳이다. 벨렘은 코메르시우 광장에서 E15 트램을 타면 30분밖에 걸리지 않아 가볍게 갔다 오기도 좋은 편.
벨렘의 상징 벨렘 탑. 포르투갈 탐험가들의 승하선 지점이었던 곳이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영화에서 나올 법한 비주얼로 많은 여행객의 포토스팟이 되기도 한다고. 8.5유로를 내면 내부 입장을 할 수 있는데, 크게 기대하지는 말 것.
사실 동네 구경을 더욱 추천하는데, 이유는 인도 및 미국과의 활발한 무역 활동으로 지어진 호화로운 궁전과 수도원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중 특히 가장 아름다운 수도원은 바로 제로니무스 수도원으로, 대항해 시대 동안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포르투갈의 부와 권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벨렘 탑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분류되기도 한 제로니무스 수도원. 아름다운 석조 조각, 정교한 건축 디테일, 항해를 모티브로 한 장식이 특징으로, 기둥마다 각기 다른 바다 문양이 새겨져 있어 당시 부강했던 포르투갈을 연상케 한다. 수도원에 연결된 성당은 무료입장할 수 있지만, 수도원은 입장료 10유로를 내고 줄을 서야 한다는 점 알아두자. 포르투갈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바다낚시 역사를 상세히 기록한 리스본 해양 박물관 Museu de Marinha에도 가보도록.
‘파두’는 리스본의 대중가요를 뜻하는 단어로, 음악과 시가 결합된 공연을 일컫는다.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가수 아마리아 로드리게스 Amália Rodrigues 는 파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중요한 것은 파두를 느끼는 것뿐이다. 파두는 불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은 단순히 일어난다. 느끼지만 이해하거나 설명하지 못한다.” 표현적이면서도 우울한 음악 장르에 속하는 파두.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슬픈 인생과 운명을 노래하는 예술인 셈. 회복할 수 없는 상실감을 상징하며, 앞서 설명한 Saudade와도 연관이 있다.
전통적으로는 여러 클럽과 카페에서 들을 수 있는 대중적인 노래 스타일이었지만 20세기 말부터는 관광 & 상업 명소에서 듣는 공연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진정한 파두를 찾기는 불가능하지만 다행히도 그만큼의 가치를 하는 파두 관광 프로그램도 찾을 수 있다는 사실.
알파마 Alfama와 바이로 알토 Bairro Alto 에는 파두를 들을 수 있는 바와 레스토랑이 많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바로 무료입장은 가능해도 메뉴판 음식은 무지 비쌀 수 있다는 사실. 바가지 씌우는 곳이 많으니 입장 전 꼼꼼히 체크하고 가야 한다.
여느 여행지와 다르지 않게 관광객을 미끼로 한 덫이 곳곳에 놓여있는 리스본. 먹는 거로 장난치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화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바이샤 Baixa, 시아두 Chiado, 바이로 알토 Bairro Alto, 알파마 Alfama 에서는 호객행위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 그래서 현지인 사이에서 인기 있는 숨은 맛집을 찾을 수 있도록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추천한다.
오봉파리가 리스본 여행에서 발견한 맛집은 바로 타파스 노 메르카도 Tapas no Mercado (주소: Rua Angela Pinto 14 Mercado de Arroios, Loja 20)
알라메다 Alameda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타파스 레스토랑. 합리적인 가격으로 신선하고 맛있는 타파스를 맛보기에 최고의 식당이다. 유명한 맛집인 만큼 가기 전엔 예약을 추천([email protected]).
포르투갈 레스토랑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현지 음식으로는 바로 대구 요리인 바칼라우 Bacalhau. 요리 방법은 여러가지 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바칼라우 아 브라스 Bacalhau à Bras. 튀긴 대구 조각에 얇은 감자튀김, 양파와 달걀을 곁들인 음식이다.
그리고 대구, 감자, 양파로 만든 튀김 어묵 요리인 볼리노스 드 바칼라우 Bolinhos de Bacalhau도 여러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포르투갈에서 대구 다음으로 흔한 생선 재료는 정어리로, 여름에 주로 구워 먹곤 한다.
해산물 이외에도 포르투갈에는 맛있는 고기가 많은데, 특히 전통 훈제 소시지 쇼리수 Chouriço가 유명하다. 증류주로 구워 테이블 위에서 화려한 불쇼가 펼쳐지는 음식 쇼리수 아싸두 “Chouriço assado”로 요리되기도 하는 편.
참고로, 여행 중 한국의 매콤한 맛이 그리운 사람을 위한 꿀팁. 피리피리 Piri-Piri 소스를 입힌 매운양념치킨 프랑구 슈하스코 Frango Churrasco를 먹어보자. 침샘을 자극하는 매운맛을 포르투갈에서도 맛볼 수 있다.
포르투갈어로 에그타르트는 파스텔 데 나타 Pastel de Nata. 그래서 포르투갈이 원조인 만큼 이곳에서 에그타르트를 지나치는 것은 엄청난 실례. 한국에서도 전국의 모든 떡볶이가 맛있지는 않은 것처럼, 이곳의 모든 에그타르트가 맛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 말은 즉슨 에그타르트 맛집도 분명 존재한다는 말씀. 리스본에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에그타르트 맛집은 바로 파스테이스 드 벨렘 Pastéis de Belem이다. 사실 레시피의 출처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이지만 1837년에 최초로 만든 곳은 파스테이스 드 벨렘이라고.
그들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에그타르트를 굽는다. 여러 곳에서 모방을 시도해도 똑같이 만들 수는 없어 더욱 베일에 싸인 레시피인 셈.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는 비결을 가진 맛집이기에 에그타르트뿐만이 아니더라도 여러 다른 종류의 포르투갈 전통 빵들을 먹어보길 적극 추천한다. 여기서 파스테이스 드 벨렘 알아보기.
인터넷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리스본의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몇몇 스팟을 소개한다. 아래에 있는 대부분의 장소는 포르투갈어로 전망대를 의미하는 ‘미라두로스 Miradouros’로, 포르투갈에서도 전망 좋기로 손꼽힌 장소인 셈. 모아놨으니 여기서 감상 & 사진 촬영만 하면 끝!
성탑에서 리스본과 타구스 강이 펼쳐진 아름다운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19세기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비카 선. 리스본에서 가장 가파른 언덕 중 하나를 오르며, 가장 많이 촬영된 케이블카이다.
중세시대 리스본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 알파마의 전경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바이샤에서 최고의 뷰를 자랑하는 그라사 전망대. 리스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기 좋은 완벽한 곳으로, 카르모 수도원의 폐허 또한 보인다. 더운 여름에 간다면 편안한 분위기의 노천카페가 있어 더위 식히기에도 안성맞춤.
강으로 통하는 산타 루치아 전망대. 산타 루치아 교회 옆에 있는 테라스에서 알파마와 타구스 강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다.
정원에서 상 조르즈 성과 리스본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전경을 볼 수 있다. 일몰을 즐기고 싶다면 꼭 와봐야 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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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아라
사진 - V. Sac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