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음식이 맛없다는 이야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실제로 영국은 미슐랭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요리를 배우러온 유학생이 넘쳐나는 미식강국이다. 흔히 피시 앤 칩스를 대표음식으로 뽑지만 실제 영국인은 잘 먹지 않는 메뉴이다. 오히려 인도음식인 치킨 티카 마살라를 즐겨 먹는다. 하지만 영국에 와서 단 한 끼만 먹어보아야 한다면 인도음식을 고를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 여기 런던에서 진짜 영국 가정식을 잘 만들어주는 매기 존스 MAGGIE JONES'S 를 소개한다.
레스토랑은 1층과 2층으로 되어 있다. 자리는 금방 차지만 떠들썩 하지는 않은 분위기. 꽃이 담긴 바구니, 흘러내린 촛대, 냄비, 따뜻한 색의 조명과 나무 인테리어로 가정집 처럼 포근한 분위기를 주는 데코레이션.
활, 저울, 시계 같은 고동색의 오래된 골동품은 앤티크하고 친근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
전통적으로 영국은 기후나 토질 때문에 채소요리를 많이 하지 않고, 바다가 험해 해산물도 자주 다루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영국 음식은 구운 육류 요리가 주를 이룬다. 이날 매기 존스에서 고른 메뉴는 가격에 부담없는 런치 세트.
요리를 먹기 전 위장에 신호를 보내는 간단한 식전빵. 유럽의 버터는 언제 먹어도 고소한 맛이 풍긴다.
통밀빵과 샐러드, 그리고 코르니숑을 곁들인 오리 간 파테. 파테는 고기나 간 등을 갈아 빵에 발라먹는 음식이다. 간 특유의 쓴맛은 없고 기분 좋은 맛만 남아 생각보다 산뜻했다. 새콤한 코르니숑과 먹으면 좋다.
드디어 구운 음식이 나왔다. 함께 나온 그레이비 소스를 끼얹고 얼른 고기를 먼저 잘라 입에 넣는다. 껍질은 바삭하고 쫀득한 식감과 구운 불향이 훌륭하다. 속은 수육처럼 부드러우며 살짝 달고 새콤한 애플소스와 잘 어울린다. 매쉬드 포테이토는 부드럽고 탱탱해 탄수화물을 맛있게 보충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양이 꽤 많았다.
애플 크럼블은 영국에서 흔히 먹는 디저트로 새콤한 사과에 버터, 밀가루, 설탕을 넣고 오븐에 넣어 만든다. 쉽게 말하자면 사과잼보다 덜 달아 퍼먹을 수 있고, 위에는 소보루의 달달한 부분과 같다. 함께나온 연유를 부어 먹으면 풍부한 맛이 난다. 참고로 그릇이 뜨거우니 주의.
밀크티는 메뉴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영국에서 밀크티를 안 먹어 볼 수 없다. 사실 맛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홍차에 우유를 넣은 맛. 하지만 모히또는 몰디브에서 마셔야 제 맛이 나듯 영국에 오면 밀크티는 특별한 느낌을 준다.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여유가 있다면 마셔보자.
레스토랑 측에서 다른 손님들을 배려해 촬영을 고사하는 바람에 브레이크 타임까지 일부러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가게. 종업원의 배려도, 음식의 맛은 물론 가격까지 훌륭했다. 영국에서 팁을 주기도 하는데, 보통 가격의 10% 정도면 적당하다.
글, 사진 : 홍순민
주소 : 6 Old Court Place, Kensington Church Street, London W8 4PL
교통 : High Street Kensington 역
오픈 시간 : 매일 12:00 - 22:00
가격대 : 런치 기준 19 - 23 파운드 (메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