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강을 가로지르는 유람선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멈추는 곳, 오르세 미술관. 내로라 하는 인상주의 작품이 한데 모여있는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 중 하나. 오르세 미술관은 사실 19세기 예술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개조된 오래된 기차역으로, 1970년에 문화적 공간으로 재탄생한 최초의 산업 구조물인 셈. 햇빛이 밝게 내리비치며, 거대하고 길게 쭉 뻗은 오픈 플랫폼은 매년 300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국제적인 대성공을 이뤘다.
‘인상주의 천국’으로서, 오르세 박물관은 근대 예술작품 (1848-1914)의 시초인 인상파 화가와 후기 인상파 화가들의 화려한 컬렉션을 자랑한다. 드가, 마네, 고흐, 르누아르 등 조각, 사진, 장식미술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당시 모더니즘 사회의 모습을 나타낸 예술 거장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보자.
오르세 미술관은 시즌을 막론하고 항상 붐비기 때문에, 방문에 앞서 대기와 관람 소요 시간 등 궁금한 점이 많을 것. 그래서 일반적으로 공통 자주 묻는 5가지 질문과 알아두면 좋은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Q. 일반적인 관람 소요 시간은?
A. 여러 작품을 느긋이 감상한다면 평균적으로 4시간 정도 걸린다.
Q. 방문 시 대기 소요 시간은?
A. 날짜, 시간대에 따라 다르다. 여기서 대기 시간을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인파를 피하고 싶다면 온라인에서 미리 티켓을 사는 것을 추천.
Q.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 & 요일은?
A. 수요일/ 금요일 10시 30분 전에 도착한다면 큰 방해 없이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감상할 수 있다. 눈치 게임에 성공하면 혼자 있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또한 찾아온다는 사실.
Q. 티켓 사는 곳은?
A. 매표소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오봉파리 파트너 Getyourguide를 통해 온라인에서 구매 가능.
Q. 작품 위치 확인 방법은?
A.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작품의 위치는 매일 업데이트 된다는 점을 참고하자.
오르세 미술관에서 금같이 소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구조별 전시 특징을 파악하는 것. 미술관의 영구적인 컬렉션은 5층에 걸쳐 예술 운동 시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전시된다. 갤러리는 시계가 보이는 중앙 통로를 기점으로 하여 두 갈래로 나뉘어 있는데, 같은 공간의 전시실 사이사이 작품이 비치된 곳도 있으니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자. 참고로 1, 2, 3층 (한국의 2, 3, 4층)은 현재 닫혀있다.
1850년-1880년 사이에 제작된 조각품이 전시된 0층 (한국의 1층). 1870년 이전 쿠르베, 밀레, 나비파, 상징주의, 리얼리즘, 아카데미즘 화풍의 무수한 작품이 양쪽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알아두어야 할 점은, 새로운 전시회는 항상 여기서 열린다는 것. 1층이야말로 오르세 미술관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는 공간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조각상과 웅장한 규모의 회화작품이 곳곳에서 당신을 반긴다. 이곳에 전시된 대부분의 작품은 고대사, 신화 속 장면 & 인물을 묘사한 것으로, 오르세 미술관의 웅장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구역이라는 사실.
1850-1900년대 프랑스 아카데미즘 미술 양식의 전형적인 예로서, 그림 속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시민적 이상의 결여를 표현하는 작품인 쇠퇴기의 로마인들. 토마스 쿠튀르는 7월 군주제 당시 프랑스 사회의 도덕주의 퇴폐 현상을 타락한 고대 로마인들의 모습에 빗대 사회상을 비판한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자주 거론되는 작품. 19세기 당시 농촌 사회 속 최하층 계급의 빈곤한 삶을 묘사한다. 세 여인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들판을 배경으로 하여 떨어진 이삭을 줍고 있다.
역동성과 관능미가 느껴지는 카르포의 작품. 지구 조화와 상생을 위해 한데 모인 네 대륙을 표현하는 조각상으로, 각각의 여성은 인종의 전형적 특성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 대륙을 상징한다.
장식예술 갤러리의 핵심인 4층. 19세기 후반 장식예술 작품을 특징으로 하여 의자, 램프, 꽃병 등 아르누보 스타일의 영국, 오스트리아 가구, 오브제가 주로 전시되어 있다. 현대 유러피안 스타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근대 디자인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회화 감상을 주로 하는 오르세 미술관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 사실 19세기 말은 미학 운동의 물결과 함께 디자인과 유용성이 결합한 시대로, 과시를 위한 장식적인 가구는 덜 화려해짐과 동시에 건축적 요소와 결합해 기능적 구조를 갖춘 가정용 제품으로 탈바꿈했다.
우아하면서도 심플한 수프 냄비. 근대 영국-일본 스타일 장식예술 디자인으로 미학 운동에서 중요한 인물이었던 드레서의 작품으로, 형태의 참신함과 유용성이 미적 조화를 이룬다.
쥬얼리 브랜드 Tiffany & Co.의 최초 디렉터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의 작품. 세라믹, 보석,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미술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예술가의 예술에 속하는 것’이라는 뜻의 명칭 Favrile glass이 붙여진 이 작품들은 그의 예술적인 창작에 있어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조세프 호프만 Josef Hoffmann, 휴지통 Corbeille (1904)
기하학적 무늬와 대칭적인 형태를 주로 이용한 오스트리아 장식예술가 조세프 호프만의 작품. 친숙하고 단순한 형태의 작품으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고자 한 그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다소 화려한 곡선 형태임에도 간결함이 드러난다.
인상주의 천국이라는 오르세 미술관의 명성을 증명하는 5층. 마네, 모네, 세잔, 고갱, 피사로, 르누아르, 쇠라, 툴루즈 로트렉 등 인상주의 대가들의 작품이 모두 모여있다.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유명한 그림들이 집중된 곳으로, 그들의 다양하고 선명한 색채가 갤러리를 환하게 밝혀준다. 회화와 더불어, 근대 포토그래피, 건축, 영화 작품 또한 곳곳에서 볼 수 있음을 잊지 말자. 그리고 5층은 미술관의 최근 소장품이 전시되는 공간이니 시간이 촉박하다면 5층부터 관람을 시작할 것.
오르세 미술관에서 안 보고 지나치면 섭섭한 작품인 풀밭 위의 점심식사. 마네가 현대 회화의 선구자가 된 계기를 제공한 작품으로, 네 인물과 뒷배경이 이루는 안정된 피라미드 형태, 관람자와 소통하듯 똑바로 응시하는 중앙의 여성, 평면적인 색채가 특징이다.
당시 인상주의 작품으로 최고의 찬사를 받은 그림으로, 몽마르트르에서 일요일 오후에 춤추고 식사하는 파리 노동자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섬세한 붓놀림, 명암에 따라 변화하는 색채, 열린 구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인상파 작품.
고흐의 ‘노란 집’ 속 그의 방을 그린 작품. 짙고 거친 붓놀림으로 표현된 강렬한 색채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노란색과 라일락 빛이 도는 푸른색, 붉은색과 초록색 등 보색의 대비가 돋보이며, 단순한 내부와 화려한 색상이 ‘휴식’과 ‘수면’의 개념을 전달한다.
관람을 마쳤다면,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인스타그램 포토스팟 중 하나인 5층 시계탑 앞에서 찍어보는 건 어떨까. 튈르리 정원과 센강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전경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겨보자. 워낙 유명해 줄을 서서 찍어야 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추억이 될 것이다.
오르세 미술관에서의 브런치도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아르누보 스타일로 화려하게 꾸며진 카페 캄파나 Café Campana에서 가볍게 배를 채워보자. 가격대는 보통 15-20유로로, 허기를 채우기 충분한 정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우아한 분위기 속 시계탑의 풍경을 바라보며 파리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오픈 시간 : 10:30 - 17:00
영구 소장품 외에도 다양한 19세기 예술가들의 임시 전시를 즐길 수 있으며 훨씬 더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다. 4~6개월마다 바뀌기 때문에 일정 기간에만 관람이 가능하다. 인상주의 운동에 가담하지 않고 자신만의 화풍을 유지한 레오폴드 쇼보와 제임스 티소의 작품 등 상설화부터 다양한 화풍을 만날 수 있다.
파스텔은 18세기에 널리 사용되었던 질감과 벨벳 같은 안색의 효과를 표현하는 데 있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매체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밀레, 드가, 레비 뒤르메르, 르동, 메리 카사트 등 19세기 후반 그리고 20세기 초 파스텔 회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파스텔 화가들의 다양한 작가와 스포트라이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Maurice Denis(1870-1943)는 화가의 판화 앨범을 출판하기를 열망했던 미술상인 Ambroise Vollard에게 접근했다. 그는 초기 사랑의 경이로움과 감정을 동등한 형태로 해석하고자 했다. 그가 마음을 맡기기로 선택한 젊은 여성이 시리즈의 중심 주제가 되었다.
영국의 사진가 Victor Albert Prout(1835-1877)는 사진 역사상 알려지지 않은 재능 있는 인물이다. 그의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1862년 런던에서 출판된 40개의 사진으로 런던에서 옥스포드까지 The Thames from London에서 Oxford라는 제목의 포트폴리오의 희귀한 사본을 통해 오르세 미술관 컬렉션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그의 여러 스레드는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이 사진 산책의 내러티브 특성을 강조한다.
관람을 마치고 시간이 남는다면, 나가기 전 1층 맨 끝에 있는 무대 장식을 마지막으로 보도록 하자. 프랑스 대극장들의 무대가 어떻게 연출되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니까. 더불어, 여행 일정 중 오랑주리 미술관이 있다면 개별구매보다 더 저렴한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통합권을 사길 추천한다.
글, 사진: 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