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 미술관 Musée Rodin
주소 : 77 rue de Varenne, 75007 Paris, France
교통 : 13호선 Varenne / 8, 13호선 또는 RER C 선 Invalides
입장료(미술관+정원) : 10€(성인) / 7 € (18~25 세 이하의 EU 이외의 거주자 / 수요일 18시 이후)
웹사이트 : www.musee-rodin.fr
(사진출처: http://www.amazon.co.jp/Midnight-in-Paris-DVD/dp/B005MYEQ4U)
“아름다움의 극치는 모든 여인에게 있다.” – 오귀스트 로댕
우디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가수인 깔라 브루니가 로댕박물관의 가이드로 깜짝 출연해 로댕의 여성편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스승과 제자 사이였던 까미유 끌로델은 그의 정부였고, 로댕은 결국 그의 옆을 평생 지킨 로즈 뵈레가 세상을 떠나던 해에 결국 결혼식을 올렸다고 말이다.
카미유 클로델과 로댕
(사진출처: http://causes.centerblog.net/288-10-mars-1913-camille-claudel-est-jetee-a-asile)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인상파의 시조 피카소가 함께 떠오른다. 둘은 여성편력이 심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각각 회화와 조각 분야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점, 화가와 조각가였지만 영역을 불문하고 회화와 조각에도 두각을 드러냈던 예술가라는 점, 다작을 했고, 사회적으로 널리 작품을 인정받았다는 점 등이 무척 닮았기 때문. 또한, 그들의 이름을 직접 딴 미술관이 파리에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다. 오늘은, 로댕의 작품을 시대별로 감상할 수 있고, 아름다운 정원 곳곳에서 그의 유명작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로댕박물관>을 만나보자.
(피카소 박물관 링크 바로가기 https://www.obonparis.com/ko/magazine/muse-picasso)
파리의 7구 앵발리드 군사박물관과 인접한 로댕 미술관. 이곳은 오귀스트 로댕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지내던 곳으로, 저택이 철거 위기에 놓이자 저택을 지키고자 했던 로댕이 자신의 컬렉션을 정부에 기증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미술관을 건립할 것을 제안하면서 탄생했다.
표를 사서 들어가면, 로댕의 작품을 연대기별로 전시하고 있는 비롱저택을 바로 감상할 수도 있고, 정원 곳곳에 전시된 로댕의 작품들을 있는 그대로 감상할 수도 있다. 특히 이 정원은 파리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장미꽃과 나무들이 아름답게 조경된 것은 물론, 로댕의 작품이 곳곳에 조화롭게 전시되어 있다. 저택의 이름 '비롱'은 주택 소유주도, 건축가의 이름도 바로 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든 정원사의 이름이다.
좋은 날씨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정원으로 향했다. 몇 걸음 안가서 만난 작품은 바로 로댕의 대표작이자 그가 가장 아꼈던 작품인 <생각하는 사람>. 턱을 괴고 발 아래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과 몸 전체에는, 고뇌와 번민, 고통이 아로새겨져있다. 이 작품은 사실 <지옥의 문>의 상단에 위치한 작품의 일부인데요, 발 아래에 펼쳐진 지옥을 보며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생각하는 사람>을 지나서 정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역시 <지옥의 문>의 일부분인 <이브>를 만나게 된다. 수줍은 듯, 부끄러운 듯, 햇빛을 피하는 듯 아래로 향한 얼굴을 팔로 가리고, 살짝 다리를 들어 자신을 숨기려는 이브. 정원 안쪽에서 만날 수 있는 <아담>과 함께 인류의 불행을 만들어냈다는 그녀의 부끄러움이 느껴져 눈을 뗄 수 없던 작품이다. 실제로 이 작품의 모델이었던 여인은 임신 사실을 숨기고 작업에 들어갔고, 여인의 몸이 계속 변하는 바람에 로댕은 이 작품을 미완성으로 남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신의 말을 어긴 이브와, 임신 사실을 숨기고 모델이 된 여인의 부끄러움과 회한이 겹쳐보인다.
정원 안쪽에는 빅토르 위고상이 아름다운 호수와 함께 놓여있는데, 이 작품은 비롱저택 안의 박물관에서도 여러 버전을 만날 수 있다. 빅토르 위고처럼 문인을 모델로 한 발자크상 역시 유명한 조각 중 하나. 비스듬히 누워있는 빅토르 위고의 모습이 고뇌에 잠긴 모습의 로마 시대 조각상 같다면, 비롱저택 안에서 볼 수 있는 발자크 상은 얼굴의 짙은 인상을 고스란히 담아 늠름하게 서있는 모습으로 현대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문인협회로부터 발자크 상을 의뢰받고 로댕은 발자크를 연구해 매우 사실적인 모습의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상화된 발자크의 모습을 기대했던 문인협회는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조각을 보고서 결국 다른 조각가에게 작품을 다시 맡겨버렸다. 이에 로댕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발자크 조각상은 지금까지 로댕의 기념상 중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는 작품이다. 저택 안의 전시실에는 로댕이 발자크를 연구했던 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비롱주택 안 미술관 안에는 크고 작은 로댕의 조각, 회화, 수집품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1-8 전시실에서는 로댕의 조각 작품을 연대기 순으로, 그 다음 방에는 소묘와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제 6전시실에는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까미유 끌로델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로댕은 미술관 건립과 함께 까미유의 방을 꾸밀 것을 요구했기 때문.
어릴 때부터 조각에 재능을 보였던 까미유 끌로델과 최고의 조각가 로댕은 서로에게 운명처럼 끌렸다고 한다. 강하게 불타올랐던 만큼, 끝은 너무나 야속하게 끝나버린 둘의 사랑. 자신의 곁을 평생 지킨 로즈 뵈레와 젋고 재능있는 까미유 끌로델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로댕은 결국 로즈를 버리지 못하고 까미유를 떠나고 만다. 열악한 생활환경과 경제고까지 더해져 결국 그녀는 정신병원에 수감돼 30년을 보내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한 때 로댕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이자 연인, 로댕과 작품의 표절 여부를 두고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던 카미유 끌로델. 그녀의 작품은 로댕의 것보다 섬세하고 관능적인 느낌이다. 로댕이라는 대조각가의 그늘에 가려 행복한 삶도, 작품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도 놓쳐버린 안타까운 여인. 그런 그녀의 삶을 위로하기 위해 프랑스에서만 까미유 끌로델의 영화가 2편이나 나왔다. 1988년의 영화에는 이자벨 아자니가, 2013년에는 줄리엣 비노쉬가 까미유 끌로델 역을 맡았다.
비롱저택 안에는 이밖에도 로댕 특유의 고전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작품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사실적인 과거의 조각과는 달리, 로댕의 작품은 모델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새로운 조각 흐름을 만들어냈다. 조각이라는 것은 돌이 대상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조각가의 손에 의해 돌이 재창조되는 것이라고, 로댕은 생각했다. 유려하고 섬세한 선, 다양한 묘사 등 그의 손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작품들은 어떤 조각보다 생동감 넘치고 아름답다.
전시실을 둘러보고 정원으로 나오나면오면 <칼레의 시민>, <지옥의 문>, <세 망령들> 같은 로댕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생각하는 사람>, <세 망령들>, <이브>, <아담> 등 각각 떨어져있던 조각들이 한 데 모여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걸작, <지옥의 문>에서 각각의 조각을 찾아보며 작품을 감상해보자.
회화보다 훨씬 역동적인 조각을 정원과 미술관에서 꼼꼼이 감상할 수 있는 로댕 미술관. https://www.obonparis.com/admin/post/edit/140#content_ko긴 동선에 지칠 때는 정원 안쪽에 위치한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 디저트를 먹거나 커피를 마시며 쉬어가자. 통유리로 인테리어 된 카페는 초록으로 둘러싸인 정원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 미술관 입구에는 뮤지엄 부띠끄도 있으니 로댕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현대적이고 세련된 소품류를 기념품으로 사는 것도 좋다.
6월, 로댕 미술관의 정원에서는 만발한 장미를 만날 수가 있다. 주요 작품을 있는 그대로 만나고 싶다면 정원만을 구경하는 것도 추천한다. 로댕의 삶과 그의 작품 세계를 알고 싶다면 비롱저택에 마련된 미술관을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