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마리 앙투아네트가 살아있다면, 이곳이야말로 그녀의 티타임 아지트가 아닐까. 풍성한 레이스가 달린 화려한 플라워 패턴 드레스, 그 주위를 장식하는 섬세한 리본 장식과 기품있는 보석 액세서리. 발을 내딛는 순간 이 모든 것이 연상되는 곳이다. 바로 니나스 파리 Nina’s Paris. 이름에서부터 우아함이 느껴진다.
항상 북적대는 오페라 구역에서 보기드문 히든 플레이스이자 프랑스 유일의 마리 앙투아네트 컨셉 티 카페. 컨셉에 걸맞게 왕실과 관련한 긴 역사 또한 간직하고 있다. 시작은 1672년, 최초로 라벤더 증류 기술을 이용해 향수를 만든 향 제조소 La Distillerie Frères. ‘향의 마법사’라는 명성을 얻고 루이 14세 하 베르사유 궁정 공식 향수 공급자가 되는데,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가 그들의 장미 향을 높이 평가해 구매하곤 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우아하고 나긋한 취향이 곳곳에 반영된 니나스 파리. 예쁘다는 형용사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아담한 공간 속 은은한 로즈 컬러 의자와 디테일한 골드라인이 포인트를 주는 화이트 인테리어가 여심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아기자기한 베이비 핑크의 티 세트와 냅킨까지. 하나하나 섬세한 데코레이션이 마음속 소녀 감성을 자극한다. 로맨틱한 핑크빛 공간을 꿈꿔본 여자라면, 그 로망을 실현하기에 완벽한 곳은 바로 이곳. 마치 왕비의 비밀공간에 초대받은 손님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 컨셉의 티 살롱답게, 사랑스러운 분위기 속 비치된 유물 컬렉션 또한 그녀를 연상시킨다. 왕비의 실제 흔적이 곳곳에 녹아있어 더욱 특별한 것이 아닐까.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왕비의 대리석 흉상이 반겨줄 것이다. 니나스 파리 소유의 진품인 조각상으로, 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유물 중 첫 번째. 우아한 왕비의 기품이 잘 드러나서일까, 이곳의 유니크한 테마를 대표하는 마스코트인 셈. 참고로 이 흉상은 18세기 귀족, 위대한 인물을 모델로 조각한 프랑스 예술가 펠릭스 르콩트 Felix Lecomte가 1783년에 제작한 작품이다.
2층 계단에 올라가기 전, 오른편에 보이는 클래식한 브라운 컬러의 구두. 1793년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에 올라가면서 잃어버린 구두 한 짝이다. 장인이 그 당시 왕비의 신발 제작 기술을 그대로 재현해 만들었으며, 박물관 공식 인증까지 받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완벽한 복제품이라고. 구두를 실제로 보는 순간, 신데렐라처럼 신발 한 짝을 잃은 왕비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질 것이다.
왼편에 보이는 액자 속 편지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1777년 7월 13일, 사촌 오노라티 추기경에게 쓴 친필 편지의 원본. 추기경으로서의 존엄을 높인다는 말과 함께 그녀의 서명이 담겨있다. 유품도 좋지만, 그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손글씨를 보며 마리 앙투아네트의 존재를 훨씬 더 깊이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마치 그녀의 시대로 시간여행을 한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더불어, 이곳이 그녀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임을 상기시키듯 그녀의 초상화가 벽 여기저기에 걸려있다. 각각의 작품에서 왕비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은 덤. 특히, 계단으로 올라가면 왕비의 초상 전용 화가 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룅 Elizabeth Vigée Le Brun이 그린 마리 앙투아네트 그림이 있다. 한 번쯤은 봤을 법한, 가장 잘 알려진 친숙한 초상화라 보는 순간 반갑기까지 할 것.
일종의 작은 박물관으로써, 니나스 파리는 귀한 유물 컬렉션을 모두 소장하고 있다. 참고로, 주인이 유물을 구매할 때마다 비치하는 컬렉션도 달라진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시간적 여유를 두고 여러 번 방문하는 것도 추천.
차는 크게 홍차, 녹차, 우롱차 3가지로 나뉘는데, 그 안에서 오렌지, 해바라기, 허브 등 다양한 과일과 꽃을 원료로 하여 각각 다른 종류의 차로 만들어진다. 선택의 폭이 굉장히 넓어 메뉴를 다 보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 이럴 땐 마음에 드는 차 이름으로 골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많은 차가 Je t’aime (사랑해), Jamais vu (한 번도 보지 못한), L’Étoile du Nord (북쪽의 별) 등 자신만의 사랑스러운 이름으로 매력을 발산하니까.
하지만 니나스 파리에 왔다면, 프랑스의 역사가 담긴 시그니처 세트 “Royal afternoon tea with Marie-Antoinette’s Original Tea and Cake”를 강력추천한다.
세트에 포함된 차는 블랙 실론 티. 1678년부터 가꿔진 루이 14세의 텃밭 Potager du roi 에서 직접 재배한 사과와 장미를 원료로 만들어졌다. 게다가 재료 본연의 깊고 독특한 맛을 살리기 위해 당시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했다고. 왕의 텃밭이자 국가 문화유산인 만큼, 프랑스 농업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재배한 최상의 원료이므로 맛은 당연히 일품. 향긋하고 우아한 풍미를 자랑한다. 차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여유롭게 티타임을 즐기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떠오를 것.
참고로, 차의 오리지널 향과 맛을 느껴본 후에는 애플 로즈 젤리를 추가해서 차에 넣어 먹어보자. 푸딩 같은 말랑말랑한 식감에 달콤함이 배가되고, 다 마셔갈 즈음 남아있는 젤리가 상큼한 맛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한다.
그리고 티타임에 빠질 수 없는 디저트인 조각 케이크. 니나젯 Ninasette 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불리는데, 장미 향을 좋아하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오리지널 레시피이다. 캐러멜라이징 한 사과가 촘촘히 박힌 케이크 위에, 아이싱 한 로즈 젤리가 코팅된 이 귀여운 비주얼을 본다면 마음이 녹아내릴 것. 맛 또한 차와 조화를 이루는데, 딸기맛 초콜릿과 비슷해 달다고 느껴질 때쯤 차를 한 모금 마시면 은은한 장미 향이 입안을 감싸준다. 로맨틱한 티타임을 즐기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조합이 또 있을까.
파리 여행 이후에도 세련된 로코코 분위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면 니나스 파리의 기념품 구매를 추천한다. 럭셔리한 골드 데코레이션의 다채로운 찻잎 병, 미니어처같이 앙증맞은 과일 잼과 섬세한 잔꽃 무늬 선물상자를 보고도 무심하게 지나칠 수는 없을 것.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0유로대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니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에게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이곳의 분위기를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점원이 매우 친절하고 열정적이다. 영어로 간단히 소통할 수 있으니, 차를 주문하기 전 향을 미리 맡아보거나 원료와 관련해 설명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
글 : 이아라
사진 : Phan Thanh Thủy
주소 : 29 Rue Danielle Casanova, 75001 Paris
교통 : 메트로 7, 14호선 Pyramide 역
웹사이트 : 여기 클릭
오픈 시간 : 월 - 토, 12:00 - 19:00
연락 : +33 (0)1 55 04 80 55
가격 : 티 & 케이크 세트 - 23유로 / 티 - 15유로 / 케이크 - 8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