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빵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전에 비정상회담에서도 이탈리아인 알베르토씨도 프랑스에 오면 꼭 크로아상을 먹는다고 할 정도로 유럽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프랑스 빵맛. 그런데 막상 프랑스에 와서 빵집에 들어서면 뭐부터 먹어야 할지 고민이다. 종류가 너무 많고 이름은 왜이리 어려운지... 그래서 여러분의 고민을 덜어드리기 위해 프랑스 빵을 소개해 드릴까 한다. 오늘은 특히 비에누아즈리를 중점으로 두었다.
빵은 프랑스에서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빵 Pain, 비에누아즈리 Viennoiserie, 그리고 파티스리 Pâtisserie.
사실 프랑스에서 빵 Pain은 바게트나 식빵같은 기본 빵만을 뜻한다. 잘 구운 바게트는 고소하고 구수해서 맛이 참 좋다.
비에누아즈리 Viennoiserie는 버터를 넣은 반죽을 여러겹으로 접어서 구운 형태로, 우리가 알고 있는 페스츄리라고 볼 수 있다. 아침 식사로 간단히 먹으며. 든든하기도 하지만 달달하기도 해 빵과 파티스리의 중간정도의 형태.
마지막으로 파티스리 Pâtisserie는 디저트로 먹기 딱 좋은 케이크, 마카롱 등 보기만 해도 달달해보이는 건 거의 다 파티스리이다.
오늘 다룰 비에누아즈리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빈)가 원산지. 1839년에 오스트리아 제빵사가 와서 '비엔나식 빵'을 팔면서 이 제빵형식을 가져오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프랑스에도 정착했다고 한다. 그럼 몇 가지 대표적인 비에누아즈리를 알아보자.
비에누아즈리에서 가장 클래식한 형태로 크로아상은 초승달이라는 의미다. 1683년 오스트리아가 오스만제국과의 전쟁에 승리하고, 오스만제국 국기에 있던 초승달 모양을 빵에 접목시켜 '우리가 오스만제국을 먹었다'라는 의미로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에 오면서 크로아상 인기에 한 몫 했다고. 이렇게 원래는 비엔나출신이었던 크로아상은 프랑스 제빵의 상징이 되었다.
크로아상은 겉에는 바삭하고, 안에는 부드러우며 버터를 넣어 고소하고 든든하다.
크로아상 종류로는
일반 크로아상 (크로아상 오르디네르 croissant ordinaire),
버터를 더 넣어 고소한 크로아상 (크로아상 오 붸르 croissant au beurre)
안에 아몬드 반죽을 넣은 크로아상 (크로아상 오 자멍드 croissant aux amendes)가 있는데 특히 아몬드 크로아상은 꼭 드셔보시길.
크로아상과 함께 가장 많이 사랑받는 비에누아즈리. 뺑 오 쇼콜라를 그대로 번역하면 '초콜릿빵'으로, 페이스트리 빵에 약간의 다크초콜릿을 넣어 초콜릿의 단맛이 퍽퍽함을 줄여준다. 역시 든든한 아침식사로 좋다.
뺑 오 쇼콜라는 보르도 등지 남동부지역이나 캐나다 퀘벡에서는 쇼콜라틴 chocolatine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이 두 명칭을 두고 가벼운 설전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한국의 부먹/찍먹처럼 쓸데없지만 재미있는 논쟁 중 하나.
이 하트 모양의 비에누아즈리도 빵집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수 많은 반죽층과 바삭함, 설탕. 한국의 엄마손파이, 스타벅스에서 파는 하트파이가 이 팔미에. 반죽은 담백하고 겉에 설탕은 캐러멜화되어 맛이 풍부하다.
기본 모닝빵처럼 생겼지만 더 고소하고 달달하다. 특히 위에 뿌린 우박설탕이 맛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얘기했다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 라는 말에는 사실 케이크가 아니라 이 브리오슈. 18세기만 해도 설탕은 가격이 비싼 식재료라 자연히 브리오슈 가격도 꽤 비쌌기 때문에 대중의 공분을 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앙투아네트가 한 말이 아닌, 반대파가 만들어 낸 말이라는게 정설.
휘낭시에는 촉촉하고 산뜻한 느낌의 아몬드케익. 견과류나 과일을 넣기도 한다. 중세시대에 수녀들이 만들기 시작해 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이 케익은 왼쪽의 둥근 형태도 있고 오른쪽의 길다란 모양도 있는데, 특히 오른쪽 모양이 금괴같다고 해서 '부자빵'같은 의미로 휘낭시에라는 이름이 생기게 되었다. 간식으로 간단히 먹거나 역시 아침으로도 먹는다.
쇼송오폼은 비에누아즈리 중 그나마 가장 건강한 종류가 아닐까. 겉에는 바삭하고 안에는 새콤한 사과가 들어있다. 따뜻할 때 먹으면 더 맛있다.
쇼송오폼의 시초 역시 중세시대이고 원산지는 생깔레라는 작은 도시다.
흑사병이 번져 인구의 2/3이 죽자 영주는 값싼 사과를 넣은 거대한 파이를 만들어 나눠주곤 했다. 그 이후로 9월 첫 일요일이 되면 이 도시에서는 추모식이 열렸고 이 때부터 쇼송오폼을 팔았다고.
빵오레장은 그대로 번역하면 '포도빵'이라는 뜻. 안에는 커스타드 크림이 들어있고 겉에는 건포도가 올라가있다. 모양때문에 달팽이라는 뜻의 에스카르고 escargot라고도 불리며 건포도 대신 초코칩을 넣기도 한다.
지금까지 비에누아즈리 종류와 파리의 괜찮은 빵집을 알려드렸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 파리에는 아직도 보석같은 빵집이 수 없이 많고 다른 지방의 비에누아즈리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빵을 좋아한다면 빵의 나라 프랑스에서 나만의 빵집을 찾아보자.
글 : 홍순민
사진 : Vincent Sac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