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사 바트요

바르셀로나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우디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우디의 건축물을 가보지 않고는 바르셀로나를 가봤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명성은 대단하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들을 만든 가우디의 대표적 건축물 중 하나인 까사 바트요.

평범한 건물들 사이에서 외관부터 눈에 띄는 이 독특한 형태의 건물은 이목을 집중시킨다. 보통의 밋밋한 일자 건물과 달리 마치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파도 모양의 건물 외관. 바트요 가문은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고자 바르셀로나의 대표 거리인 그라시아 거리에 집을 짓게 되었는데, 그 바람대로 외관부터 남다르다.

까사 바트요의 입장권에는 스마트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다. 스마트 가이드는 오디오와 비주얼 가이드가 합쳐진 개념. 각 방마다 해당되는 번호를 기기에서 클릭하면 오디오 설명과 함께 당시의 가구와 분위기가 기계를 통해 보여진다.

그라시아 거리에 위치한 가우디의 대표 건축물

까사 바트요의 거실 공간. 가우디 건축의 공통점 특징은 곡선이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하는 건축가로 유명했던 가우디의 건물에서는 물 흐르는 듯한 곡선의 형태가 주를 이룬다.

거실 창을 통해 바르셀로나의 대표 거리, 그라시아 거리를 내다볼 수있다. 바트요 가문 사람들이 밖을 보는 용도도 있었지만, 자신들의 생활상을 과시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빛을 건축물의 일부로 여긴 가우디는 아무리 작은 방이라도 곳곳에 채광 창을 설치한다. 큰 창을 통해 완벽한 실내 자연 채광을 가능하게 하고, 창문에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해 방 안에 알록달록한 빛을 드리운다. 거실 창문은 위아래로 여닫을 수 있게 만들어, 창문의 모양과 거실의 공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환기가 가능하다.

거실 천장의 모습. 마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것 같은 모양이 인상적이다. 가우디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모든 곳에 예술적 영감을 담았다. 

까사 바트요의 안뜰은 지중해 스타일로 디자인되었다. 가우디는 트랜카디스 기법을 즐겨 사용했다. 트랜카디스 기법은 모자이크와 비슷한데, 모자이크는 작은 조각들을 이어 붙여 하나의 큰 형태를 만드는 반면, 트랜카디스는 멀쩡한 조각을 깨서 모자이크처럼 다시 붙이는 기법이다. 그저 하나의 큰 조각이었다면 그냥 평범하게 보였을 부분들이 트랜카디스 기법을 통해 반짝이는 유리 조각이 흩어져 있는 것처럼 특별해진다.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가다 보면 각 층마다 보이는 나무로 된 방. 각 층마다 2개의 방이 있는데, 각 방 이름을 숫자가 아닌 알파벳으로 표시해두었다. 가우디가 직접 디자인한 알파벳으로, 가우디는 평범한 글씨조차 평범하지 않게 새롭게 디자인했다.

문 손잡이의 모양 또한 인상적. 손에 찰흙을 쥐고 손이 쥐어지는 모양을 본 따 놋쇠로 만든 손잡이다. 인간에게 가장 편리하면서 몸에 자연스럽게 감기는 디자인을 중시한 가우디의 철학을 볼 수 있는 부분.

이렇듯 가우디가 건축한 까사 바트요는 모든 요소에 저마다의 의미와 목적이 심어져있다. 어느 하나 작은 것조차 우연이 없는 집. 하나부터 열까지 가우디의 섬세한 예술적 감각과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까사 바트요의 포토존이자 가장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바로 이곳. 위로 올라갈수록 창문이 작아지고, 벽의 색이 짙어지는 특징이 있다. 천장에서 자연광이 비치는 것을 고려해 빛이 더 잘 들어오는 위쪽은 진한 색으로, 빛이 닿기 어려운 저층은 옅은 색의 타일을 사용했다.

난간은 참나무 소재로 만들어 유리로 된 패널을 보호함과 동시에 손이 닿을 때 시원한 촉감을 선사한다. 또한 유리 패널을 좌우로 왔다갔다 하며 살펴보면, 마치 파도가 치면서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효과가 펼쳐진다. 

까사 바트요의 아름다운 옥상 공간. 삐죽삐죽 솟아있는 부분이 바로 굴뚝이다. 건축미를 해칠 수 있는 굴뚝을 건축물의 일부로 디자인해 훌륭하게 탈바꿈했다. 옥상에서도 트랜카디스 기법이 돋보인다. 옥상에서 바르셀로나를 내려다보면, 유럽의 평범한 건물들 사이 홀로 독특하게 서있는 까사 바트요가 더 특별해보인다. 1877년에 지어진 건물이지만, 최근에 지어진 현대적인 건물보다 오히려 예술적이고 창의적이며 현대적인 미가 돋보인다.

까사 바트요 투어를 마치고 나면 포토존에서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다. 무료는 아니지만, 입장권 종류에 따라 사진 촬영이 포함되어 있는 티켓도 있으니 참고하자. 마치 까사 바트요의 주인이 된 것처럼 발코니에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기념품 샵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흥미롭다. 트랜카디스 기법이나 까사 바트요의 스테인드글라스가 그려진 기념품도 매우 다양하고, 가우디가 직접 디자인한 알파벳을 소장할 수 있는 레터링 목걸이와 팔찌도 판매 중이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바르셀로나의 독특한 기념품을 찾고 있다면 까사 바트요의 기념품 샵을 들러보자.

O'bon Paris' tip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까사 바트요. 가우디나 건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여기저기 둘러보다보면 기본 지식이 없던 상태에서도 너무나 흥미롭게 관람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 입장료가 저렴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볼 거리가 많고 가우디뿐 아니라 건축적 지식, 예술적 영감도 얻어갈 수 있는 유익한 투어가 될 것.

글, 사진 : 이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