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모니 몽블랑에서의 아름다운 고립

알프스산맥의 몽블랑 산과 나란히 있는 산봉우리 에귀이 뒤 드뤼(Aiguille du Dru), 그리고 산봉우리들 사이에서 신비하게 얼어있는 바다를 닮은 빙하, 메르 드 글라스(Mer de Glace)의 숨 막히는 뷰를 가지고 있는 호텔이 있다. 1880년 메르 드 글라스를 보러 등산하는 초창기 산악인들을 위해 지어진 이곳에는 여전히 세계 산악인들과 샤모니-몽블랑을 찾아온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발 1913m에 위치한 비밀스러운 호텔 ‘Terminal Neige - Refuge du Montenvers’로 함께 떠나보자.

호텔이 위치한 몽땅베르(Montenvers)에 가기 위해서 꼭 등산을 할 필요는 없다. 샤모니의 기차역 ‘Mer de Glace Chemin de fer du Montenvers’ 에서 작은 산악 기차를 타고 25분이면 쉽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웅장한 산들과 점점 작아지는 샤모니 마을 뷰는 여행자들의 상기된 마음을 한층 더 들뜨게 한다.

호텔에 도착하면 외부에  ‘Grand Hotel du Montenvers’라고 적혀있지만 주저하지 말고 들어가자. 현재 이곳은 ‘Terminal Neige - Refuge du Montenvers’ 로 불리고 있다. 지치고 배고픈 수많은 산악인들이 다녀간 역사가 담겨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룸 안으로 들어서면 하얗지만 추운 밖과는 대조되는 어둡지만 따뜻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산속의 베이스캠프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격이 있고 매우 세련된 곳, 자연 속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는 포근한 은신처가 되어 줄 곳이다.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라도 힐링할 시간을 갖도록 하자. 창가 옆 소파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거나 다음 날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좋다.

바로 이것이 창밖의 뷰! 눈앞에 하얗게 펼쳐지는 눈 덮인 알프스산맥과 밤이면 어둠 속에 하늘 가득 쏟아지는 별들은 이번 여행에서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어 준다.

욕실 안에는 샤워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고 알프스 지역 산들과 정원에서 얻은 자연 성분으로 만들어진 브랜드 ‘PURE ALTITUDE” 제품의 샤워젤과 샴푸도 넉넉히 구비되어 있다.

저녁식사는 프랑스식답게 전식-본식-후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식으로 마운틴 샐러드와 오늘의 수프가 있고 본식으로는 로스트 치킨, 오늘의 냄비, 치즈 퐁듀, 타르트 플렛 등 알프스의 풍미가 느껴지는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다. 산악기차는 저녁에는 운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숙박객들은 눈 꽃 천국에서 하룻 밤 동안 자발적으로 고립이 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석식과 조식이 룸 예약 시 항시 포함되어 있다.

눈과 구름 사이에서 숙면을 취한 우리를 맞이하는 레스토랑은 저녁과는 또 다른 눈부시게 아름다운 파노라믹 뷰를 선사한다. 커피나 핫 초콜릿 같은 따뜻 한 음료를 먼저 주문하고 조식 뷔페 바로 가서 다양한 빵과 계절 과일들, 삶은 계란과 치즈 등 푸짐하게 한 그릇 준비한 후 눈앞에 펼쳐진 뷰를 만끽하며 여유롭게 조식을 즐겨 보자. 내 인생 최고의 조식이 될 것이다.

O'bon Paris' tip

이 호텔을 다녀간 세계 최고의 산악인, 모험가, 유명한 예술가 및 작가들이  스위트룸에서부터 도미토리까지 이곳 17개 객실의 문에 이름과 초상화로 남아 있다. 유명인들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남아있는 ‘Terminal Neige - Refuge du Montenvers’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지. 몽땅베르를 찾아와 하룻 밤을 머물지 않고 두어 시간 만에 에귀이 뒤 드뤼와 메르 드 글라스를 빠르게 둘러보고 떠난다면 이토록 멋진 경험을 놓칠 것이다.

글 : 안지은

사진 : 안지은, Jessy Cor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