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 박물관

MUSÉE DE MONTMARTRE

19세기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살았던 몽마르트. 그리고 21세기 현재의 몽마르트에도 자유로운 예술인의 분위기가 유산처럼 남아있다. 그래서 몽마르트는 럭셔리하지는 않지만 파리의 향기가 가장 많이는 풍기는 구역 중 하나다. 몽마르트 박물관에서 지나온 몽마르트의 얼굴들을 구경해보자.

INTRO

몽마르트 박물관에는 말 그대로 몽마르트에 있다. 몽마르트의 뮤즈였던 수잔 발라동이 아파트 스튜디오로 사용하기도 했고, 르누아르의 '물랭 드 갈레트의 무도회 Le Bal du moulin de la Galette'도 여기서 완성되었다. 이 밖에도 앙드레 질이 그린, 오 라팽 아질의 상점 간판도 그대로 남아있는 등 몽마르트 박물관은 몽마르트를 거친 많은 유명 예술인의 숨결이 묻어있는 장소다.

박물관은 두 개의 건물 사이에 정원이 마련되어 있는 구조다. 건물 한 쪽은 몽마르트 역사를 다룬 상설전시가, 또 다른 건물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오봉파리가 갔을 당시에는 수잔 발라동의 전시가 준비되어 있었다.

알프레드 레나우딘 Alfred Renaudin이 그린 몽마르트의 19세기 모습. 지금에 비해 언덕이 꽤 비어 있다.

마르셀 르프랑 Marcel Leprin의 '몽마르트의 잡목숲 Le Maquis de Montmartre'. '잡목숲'이라는 뜻의 'Maquis'는 Girardon거리와 Caulaincourt거리 사이 지역에 형성된 잡목숲에 빈곤층이 대충 집을 지어 정착해 살고 있던 동네를 뜻했다. 자연스럽게 배고픈 예술가들도 흘러 들어가 함께 지냈다. 르누아르는 이 동네에서 빈둥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박물관에서 꼭 보아야 하는 곳은 바로 수잔 발라동 Suzanne Valadon의 아틀리에이다. 수잔 발라동은 평생을 몽마르트에서 지낸 아티스트로 어렸을 때 곡예사를 하다 허리를 다쳐 모델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르누아르, 로트렉, 드가 등 여러 화가들의 모델을 서면서 어깨너머 그림도 배우게 되었다. 언급한 화가들과 연인관계였고, 훗날 아들의 친구까지 애인으로 삼는 등 남성편력도 대단했다고 한다.

어쨌든 수잔 발라동은 몽마르트의 뮤즈였고 사진의 아틀리에는 발라동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보낸 장소다.

발라동은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는 않았으나 여러 화가들의 터치나 기법을 가까이서 관찰해 특유의 풍부한 색채, 거친 터치, 서정적 감성 등 본인만의 스타일을 만들게 되었고, 주로 여성 누드화를 그렸다. 발라동이 정통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여성 화가라는 점, 그리고 같은 여성의 신체를 그렸다는 점에서 당시 흐름에 맞지 않는 화가로 치부되었으나, 이내 남성이 주류인 미술계에서 어엿한 예술가로 이름 날리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발라동의 여성 누드화가 페미니즘에서 다루어지곤 한다.

발라동의 침실. 프랑스 유명 디자이너인 위베르 르 갈 Hubert Le Gall이 재건축과, 인테리어, 그리고 디자인을 맡았다.

최초의 카바레인 르 샤 누아 Le Chat Noir의 역사도 엿볼 수 있다. 르 샤 누아는 로슈슈아르 거리 86번지에 1881년 11월 18일 로돌프 살리가 문을 열었고, 1897년 살리의 죽음과 함께 폐업했다. 박물관에는 당시 있었던 물품들을 그대로 구경할 수 있다.

O'BON PARIS' NOTE

미술관 옆에는 몽마르트 포도원이 있다. 매년 10월에는 포도와 와인의 수확을 축하하는 축제가 열린다. 이 쯤 박물관을 즐긴다면 잠깐 들러 구경하고 와인도 맛보자. 사실 여기 와인은 그렇게 맛있지는 않다.

Words and Photographed by : Che Fen OU 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