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페피타 LA PEPITA

가우디의 대표적인 건출물이자 바르셀로나 관광에서 빠질 수 없는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와 가까운 바르셀로나의 이색 맛집 라 페피타 La Pepita. 스페인에서 페피토 Pepito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아침 식사 메뉴 중 하나인 따뜻한 고기 샌드위치를 뜻한다. 레스토랑의 공동 창업자인 안드류 Andreu와 소피아 Sofia는 페피토라는 명사를 페피타 Pepita로 여성화 해 레스토랑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여행객들과 현지인이 함께 즐기는 친근한 타파스 바

라 페피타는 들어서자마자 친근하고 힙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벽에는 손님들이 남긴 메모들로 한 가득. 친절한 직원들의 서비스는 물론, 손님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레스토랑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바 테이블부터 시작해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자리가 준비되어 있다. 레스토랑이 매우 넓지는 않지만 적당한 규모와 캐쥬얼한 분위기 덕에 더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유니크한 메뉴부터 스페인 전통 타파스 메뉴까지

스페인의 타파스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적은 양의 음식들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타파스 문화와 함께 스페인 어디에나 다양한 타파스 레스토랑과 바가 즐비하다. 하지만 라 페피타의 타파스는 어딘가 특별하다. 스페인의 전통적인 타파스 레시피가 아닌 라 페피타만의 창의적인 레시피를 개발해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타파스 메뉴를 만들어낸다. 다른 나라의 이색적인 레시피나 재료에서 영감을 얻는 라 페피타.

와인 메뉴 또한 매우 다양하다. 진토닉은 라 페피타에서 가장 유명한 주류 중 하나.

앤쵸비 브래드 SPECIAL LA PEPITA ANCHOVY (사진 왼쪽)

길다란 멸치가 올라간 앤쵸비 브래드. 개수로 주문 가능하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빵 위에 캬라멜화 한 우유와 앤쵸비가 올라간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비리지 않을까 걱정될 수 있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비리지 않고 적당히 짭쪼름한 앤쵸비와 달콤한 소스의 조화에 빠져들게 된다.   

꿀, 사과, 염소 치즈가 더해진 훈제 가지 튀김 SMOKED AUBERGINE FRITTERS WITH GOAT CHEESE CREAM, HONEY AND APPLE (사진 오른쪽)

훈제한 가지를 튀겨낸 후 그 아래 풍미 깊은 염소 치즈와 달콤한 꿀을 더했다. 가지 튀김 위에는 상큼한 사과를 얹어 아삭한 식감과 상큼한 향을 더해주었다. 염소 치즈의 향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염소 치즈를 조금 덜어내고 꿀, 사과와 함께 먹어도 좋다. 달콤한 꿀과 상큼한 사과향이 염소 치즈의 냄새를 잡아준다. 

어린 시금치, 딸기, 바질, 잣이 더해진 재운 농어 샐러드 MARINATED SEA BASS WITH BABY SPINACH, STRAWBERRY, BASIL AND PIQUILLO PEPPER

라 페피타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메뉴 중 하나. 전통적인 방식으로 농어를 재우는데, 12시간 동안 식초에 담구어 숙성시킨 뒤 건져 내어 또 다시 12시간 동안 양념이 잘 베어들도록 둔다. 조리되지 않았음에도 전혀 비리지 않고, 상큼한 딸기와 어린 시금치, 올리브오일과 스페인식 고추 소스가 더해져 매우 독특하고 상큼한 맛을 선사한다. 입 안에서 살살 녹아 어느새 접시가 비어가는 게 아쉬운 맛. 

김치 크림, 방울다다기양배추, 튀긴 옥수수 낟알이 더해진 가리비 구이 GRILLED SCALLOPS, CORN / KIMCHI CREAM, BRUSSELS SPROUTS, EARS OF CORN AND KIKOS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고소하고 통통한 가리비 구이. 아주 작은 양배추 방울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슈퍼 푸드로 떠오른 방울다다기양배추가 올려져 아삭하고 고소한 식감을 더한다. 김치 크림과 튀긴 옥수수 낟알로 소스를 만들어 살짝 매콤하면서 중독성 있는 맛을 만들어낸다. 

김치 마요네즈가 올라간 안달루시아 칼라마리 튀김 FRIED CALAMARI "A LA ANDALUZA" WITH KIMCHI MAYONNAISE

스페인의 대표적인 타파스 중 하나인 칼라마리, 오징어 튀김. 튀김 옷을 입으면 다소 느끼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라 페피타의 칼라마리 튀김은 바삭하고 촉촉한 식감과 함께 전혀 느끼하지 않은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라 페피타의 오너인 소피아는 김치의 효능과 맛에 반해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궈 먹을 정도로 김치를 좋아한다고 한다. 김치에 대한 사랑으로 탄생한 메뉴가 바로 이것. 깔라마리 튀김 위에 있는 영롱한 소스는 김치 마요네즈로, 마요네즈의 고소한 맛과 김치의 매콤한 맛을 함께 살렸다. 

V.I.C 이베리안 크로켓 IBERIAN CROQUETTE V.I.C (VERY IMPORTANT CROQUETTE)

스페인에서 하몽을 안먹어볼 수가 없다. 하몽 중에서도 최고 품질로 평가받는 이베리안 하몽으로 감싼 크로켓도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음식 중 하나. 속은 부드럽고 촉촉하고, 겉은 바삭한 크로켓을 짭조름한 하몽이 덮고 있다. 

O'bon Paris' tip

이 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메뉴가 매우 다양하다. 베지테리안을 위한 메뉴부터 점심 식사 메뉴, 샐러드, 애피타이져, 디저트, 커피까지. 몇몇 타파스는 반량만 주문도 가능하니 다양한 타파스를 맛보고 싶다면 주문 전 미리 물어보도록 하자. 앞서 소개한 메뉴 중 딸기가 더해진 농어 샐러드와 개당 주문 가능한 앤쵸비 브래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제 양의 반만 주문한 것이니 참고하자. 가격도 저렴한 편인데 양이 매우 많은 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이색적이고 창의적인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바르셀로나의 타파스 맛집을 찾고 있다면 라 페피타 La Pepita에 방문해보자. 

글, 사진 : 이유나